부산 사상구의 한 그룹홈 모습. 부산일보DB
2인 이하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 58%나 된다고 한다. 반면에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전체 가구의 30%에도 미치지 않는다. 사회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삶의 형태가 다양해진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다’라는 의견에 10명 중 7명이나 동의했다.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고, 대안적 가족공동체 역시 가족이라는 데 이미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무혈연 가족’ 아무런 권리 못 누려
해외선 20여 년 전 다양한 형태 포용
하지만 〈부산일보〉가 ‘우리도 가족입니다’ 기획 기사를 통해 가족보다 더 친밀한 그룹홈, 탈시설장애인 모임, 노숙인 자조 모임 등을 만난 결과 이들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민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아 공공임대주택 입주나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없었다. 사회의 인식 때문에 함께 산다는 사실 자체를 숨겨야 할 때도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가족돌봄휴가 같은 정부 지원이 있어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무혈연 가족’은 아무런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진짜 가족으로 인정받는 게 소원”이라는 그룹홈 입소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해외에서는 벌써 20~30년 전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 안에 포용했다. 덴마크는 1989년 ‘파트너십 등록제’를 도입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성인 2명이 서로를 파트너로 등록하면 재산상속이나 사회보장 등 기존 결혼 관계와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프랑스도 1999년 ‘시민연대협약’ 법제화로 성별과 무관하게 두 사람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면 혼인 관계와 크게 차이 없는 법적 권리와 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은 성평등과 포용 정책을 통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선택한 이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다.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 4월 “건강가정기본법, 민법 등을 개정해 법적 가족 범위를 확대하고 대안적 가족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 유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한다. 대안적 가족공동체도 재산을 상속하거나 유족 급여 등 가족으로서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에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생활동반자법이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추진 의지와는 별도로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혈연을 넘어선 ‘대안적 가족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